근 몇일간 온나라가 그야말로 하인즈 워드 열풍이었다. 미국 최대의 프로스포츠인 NFL에서, 그것도 경기 중간의 천문학적인 광고 비용만으로도 매년 화제를 몰고오는 슈퍼볼의 MVP라면 그야말로 '영웅' 수준인가 보다. 그런 친구가 한국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온 대한민국을 사로잡고도 남았던 것 같다.

워드의 방한으로 뿌리깊은 민족적 배타성에 대한 자성과 그에 따른 실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난 것만으로도 워드의 방한이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래저래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워드 자신에게도 다행스럽게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아 더 기분 좋은 일이었다.

격투 스포츠계에는 워드 이전에 이미 한차례 '푸른눈의 한국인'을 맞이한 적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데니스 강. 외국인 파이터에서 한국계 파이터로, 어느날부터는 그냥 코리안도 아닌 '슈퍼 코리안'으로 완전히 한국 격투팬들을 사로잡은 데니스 강은 격투스포츠와 NFL의 엄청난 차이을 감안하면 워드에 비해 하나도 뒤질게 없었다.

사실 데니스 강의 'I'm not Korean. I'm super Korean!'이라는 멋진 반어법 표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때까지 들어 본 격투가들의 수많은 어필 중에 최고의 멘트가 아니었나 싶다. 이 말 한마디로 데니스 강은 워드처럼 온 한국 격투팬들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데니스 강이 이번 부시도 10에서 영국 출신의 스트라이커 마크 위어를 꺽고 3연승을 올렸다. 부상 이후의 복귀전이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지만 오른 골절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것은 물론 타격에 더욱 힘이 붙은 모습이었다. 시종일관 마운트를 넘다들면 파운딩으로 깔끔하게 마크 위어를 제압하고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벌써 프라이드에서만 3전 째, MMA 통산 전적으로 28전으로 엄연히 중견 파이터로 분류된다. 오른손 부상으로 그랑프리 도전의 절호의 기회는 잡지 못했지만, 슬슬 챔피언 도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의미. 데니스 강 자신도 최근의 인터뷰에서 댄 핸더슨을 "훌륭한 선수"라고 치켜 세우며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하겠다는 말로 대권도전의 의사를 내비친 적 있다.

빠르면 오는 6월 초 정상도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프라이드 측에서 중경량급 흥행의 고삐를 놓치지 않고 웰터급 그랑프리를 실시하기로 한 것. 라이트 급에 비해 선수들이 충분히 모였고 흥행요소들도 어느정도 갖춰졌다고 판단한 것 같다. 첫 그랑프리 도전 기회를 오른손 부상으로 애석하게 놓쳤던 데니스 강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물론 웰터급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댄 핸더슨과 곤도 유키 미-일 대표 선수뿐만 아니라 최근 웰터급으로 전향한 무릴로 닌자나 필 바로니 등 쟁쟁한 강호들을 넘어야 한다. 웰터급의 정상급 파이터들이 비교적 나이가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워낙 뛰어난 기량에 경험까지 풍부한 명 파이터 들이라 데니스 강으로서는 누구하나 쉬운 상대가 없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이번 그랑프리는 지난번과 달리 16강전으로 치뤄져 그만큼 치열한 접전을 벌여야 한다.

이처럼 가시밭길의 연속인 웰터급 그랑프리 지만 데니스 강은 씩씩하게 전진 중이다. 주짓수 블랙벨트의 탄탄한 그래플링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타격에도 부쩍 힘이 붙고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의 복싱 트레이너에게 복싱 스킬을 전수 받으면서 스탠딩 타격이 정교해 진 것은 물론 파운딩의 위력도 배가되었다는 평가다. 미국 격투기전문 웹사이트인 'MMA위클리'의 스콧 피터슨 기자는 "무에타이 선수를 보는 착각이 들 정도"라며 데니스 강의 타격능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그래플링에 확실한 강점이 있는 파이터는 복싱 스킬을 조금만 더해도 시너지 효과가 배가된다. 효도르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엄청난 핸드 스피드를 타고 났기도 하지만 펀치를 그처럼 크게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설사 중심을 잃는다 해도 바로 그래플링으로 연결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실바나 핸더슨, 효도르 처럼 그래플링을 베이스로 타격에 강점이 있는 전천후 만능형 선수들이 챔피언 벨트를 독식하고 있는 것이 그 비견한 예다.

데니스 강도 이와 같이 현대 MMA 스타일의 완성형인 제 3세대 그래플러에 가까운 선수로 분류된다. 프라이드에서의 3연전이 높이 평가되는 것도 서브미션과 타격을 훌륭하게 조율해 냈기 때문. 물론, 파운딩 시 잔펀치 보다는 큰 펀치로만 승부를 내려고 하는 점이나 지나치게 오른손 파운딩에 의존하려는 부분 그리고 로우킥 등 킥공격을 적절히 조화 시키지 못하는 점 등등 보완점이 몇가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거기다 노련한 경쟁자들을 제압하기 위한 정신적인 평정심과 자신감 또한 필수이다.

하인즈 워드가 미국 최대의 스포츠이벤트의 최고의 이벤트에서 MVP를 거뭐지며 모든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듯이, 데니스 강도 이번 그랑프리에서 말이 아니라 실력으로 다시 한번 대한민국 격투팬들에서 한국인 최초의 프라이드 챔피언이라는 긍지를 심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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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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