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프라이드를 뜨겁게 달구면서 야심차게 출범한 프라이드 라이트급(-73kg)과 웰터급(-83kg). 6월 4일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프라이드 무사도 11에서 웰터급 GP와 라이트급 원매치 결과 웰터급은 지루했고, 라이트급은 더 재밌어졌다.

우선 웰터급은 오늘 열린 그랑프리 개막전 7경기 중 우리나라의 데니스 강의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6경기가 모두 판정으로 이어졌다. 경기 내용도 미사키 카즈오와 필 바로니의 메인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준 높은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데니스 강이 프라이드 진출이후 최대 강적 무릴로 닌자를 맞아 폭발적인 펀치 러쉬로 1라운드  20여초만에 TKO 를 얻어낸 장면이 유일한 개막전 KO승부였고 하이라이트 였다.

경기 전 대회 선언에서 다카다 노부히코 총괄본부장도 비슷한 내용을 잠깐 언급했지만 프라이드 웰터급에 대한 팬들의 평가는 한결같이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흥행을 먹고 사는 프로 파이터들과 단체에게 지루하다는 평가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왜 웰터급만 유독 재미없는 양상으로 흘러갈까?

프라이드 웰터급은 한계체중 83kg으로 말그대로 어중간한 체급이다. 헤비급이나 미들급의 체중 실린 묵직한 타격을 기대하기에는 중량감이 약간 떨어지고, 그렇다고 라이트급처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박진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동양선수들과 달리 전체적으로 신장이 큰 서양 선수들의 경우는 웰터급 체중을 유지하려면 다소 마른 체형일 수 밖에 없다는 점도 파워 넘치는 타격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체중이 실린 파워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할 수 없다면, 남은것은 기술 밖에 없다. 그래서 웰터급 파이터들 대부분 기술 중심의 경기를 치룰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분이 웰터급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주범일지도 모르겠다. MMA에서의 타격은 항상 태클이나 테이크 다운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극적이고 제한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다가 총체적인 서브미션 기술의 약발이 떨어진 현재 분위기에서는 그래플링도 대부분 포지션 싸움 일색으로 펼쳐질 수 밖에 없는 것. 포지션 싸움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골수 팬들과 전문가들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지루함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뚜렷한 스타 파이터가 없다는 것도 웰터급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라이트급의 고미와 함께 일본세를 형성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초난 료의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에 일본 대 세계라는 전통적인 흥행구도로 몰아가는데 실패하면서 추진력을 잃은 느낌이다. 패배를 하더라도 화끈한 파이팅을 보여줬다면 이렇게 까지 되지는 않았을텐데, 초난 료의 스타일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신중하게 풀어가다 기회를 잡아 몰아치는 스타일.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대부분의 경기 시간은 지루하게 느껴지게 한다.

물론 댄 핸더슨이라는 걸출한 파이터가 챔피언 벨트을 보유하고 있지만, 핸더슨도 화끈한 파이팅과는 거리가 먼 쪽이다. 격투무대에서는 아무리 챔피언이라도 카리스마나 특유의 오라(aura)가 없을 경우 흥행몰이에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데 핸더슨이 안타깝지만 다른 세명의 챔피언에 비해 다소 이부분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뚜렷한 라이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초난 료는 지난 패배 후 댄 핸더슨의 제자가 되어 버린 격이니 라이벌 카드도 이용하기 쉽지 않아졌다.

이번 대회의 경우 그랑프리 토너먼트 특성상 선수들이 2차전 진출을 위해 지지 않는 경기를 했다는 점과 프라이드 측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파이터들을 인위적으로 배치하면서 지루함을 더했던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드 특유의 스토리가 살아있으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꼼꼼한 매치업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나오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 된다.

다행스럽게 우리의 데니스 강이 상대적으로 매우 인상깊은 개막전을 치뤄냈고 적절한 타이밍에 마이크 어필을 통해 챔피언이 되겠다고 공언해 놓은 터라 프라이드 측에서 전략적으로 데니스 강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데니스 강 자신에게는 예상보다 훨씬 더 큰 기회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찾아올 수 있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다음 4강전의 대진이 발표될 쯤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웰터급 그랑프리가 다소 맥이 빠진 채 시작된 것과는 달리 라이트 급은 이번 대회를 통해 점점 더 재미있는 양상으로 펼쳐지게 되었다. 챔피언 고미 다카노리의 독주 체제는 이미 지난 무사도 10에서 치욕의 실신 KO를 당하면서 멈춘지 오래고 새로운 얼굴이 가세하면서 흥미를 배가했다. 라이트급의 제 2막은 오늘 제 6경기에 출전한 마커스 아우렐리오로 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무사도 10에서 철저한 작전전개로 챔피언을 침몰 시켰던 마커스는 오늘 라이트급 원매치에서 슈토 챔피언 출신의 이시다 미츠히로와 격돌했다.

챔피언을 무너뜨린 마커스 였기에 더욱 관심을 모았던 경기였는데, 이제 프라이드 2전째인 이시다 마츠히로는 예상외로 뛰어난 기량으로 마커스를 잡아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파워 넘치는 태클과 파운딩. 탄탄한 레슬링 기술을 바탕으로 한 데다 놀랍도록 지치지 않는 체력에다가 역설적으로 눈길을 모으는 베이비 페이스에 진지한 눈빛까지... 새로운 스타탄생을 넘어서 라이트급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챔피언 고미 입장에서는 아무리 정상의 자리에서 겪는 매너리즘에 빠졌었을 때의 패배였다고는 해도 자신에게 챔피언이 되고나서 첫 패배를 안긴 상대가 누군가에게 또다시 패배했다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오늘 TV화면에서 클로즈업된 그의 얼굴에서 이미 그런 복잡 다단한 심정을 엿볼수 있었다. 이시다 라는 걸출한 신인 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추격하고 있는 카와지리 타츠야와 사쿠라이 마하 하야토도 선전을 펼쳤기에 머릿속은 더욱 복잡했을 것이다. 라이트 급은 그야말로 폭풍전야, 물고 물리는 동시다발적 연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어원진도 화끈한 타격을 선보이며 꿈에도 그리던 프라이드 무대에 섰지만, 급격한 체력저하로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라이트 급의 분위기가 혼전 양상으로 활발하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눈도장을 받은 어원진에게도 다시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오늘 이시다 마츠히로가 라이트 급에서는 드문 그라운드 앤 파운드 스타일로 선전하자 같은 격투 스타일을 가진 어원진의 패배가 더욱 안타까웠는데, 경험 축적을 통한 체력 안배만 신경 쓴다면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조금은 지루해진 프라이드 웰터급과 한층 더 재밌어진 라이트급!
총체적인 위기 속에서 데니스 강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아 연승행진을 그랑프리 결승까지 계속 이어지기를, 난세의 춘추전국 시대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라이트급에서 어원진의 재도전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다음 대회를 향한 기다림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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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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