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는 '끈끈하며 견고한 수비'로 프리미어 챔피언에 올랐다. 메이져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는 '폭발력있는 타격'의 팀 컬러로 유명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두산하면 '뚝심'이라는 수식어를 떠올릴 정도로 확실한 팀컬러를 갖고 있는 팀도 있다. 인기 스포츠일 수록 확실한 팀컬러를 읽는 것은 스포츠의 재미를 배가 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재미있는 것은 격투 스포츠에도 팀 컬러가 있다는 것이다. 링 위에 홀로 올라가 외롭게 싸우는 전형적인 개인 경기인 격투기에 무슨 '팀 컬러'가 있느냐고 의아해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우연히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확연한 팀컬러를 보이는 선수들을 너무나 많이 볼 수 있다.

격투 스포츠에서의 소속 팀은 프로 스포츠의 그것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설명은 바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도장(道場)'문화  라는 것. 즉, 함께 운동하는 동료들이 사형, 사제 처럼 프로스포츠의 돈 이외에 그 무엇으로 대단히 강한 결속력을 지닌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의 대부분의 격투 이벤트에서는 한 선수가 한 경기를 갖기 위해 최소 2개월에서 길게는 반 년까지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상대를 분석하고 체력을 단련하며 경기에 초점을 모두 맞추어 집중 훈련을 한다. 바로 이 격투기의 훈련방식이 바로 개인 경기인 격투 스포츠에도 팀 컬러를 갖게 하는 원인이 된다.


스파링... 가장 손쉽게 예를 들 수 있는 훈련 방법이다. 대전 상대가 결정되면 각 도장에서는 그 선수와 가장 유사한 스타일의 선수를 스파링 파트너로 배정한다. 현실적으로는 가상의 대항군으로 배정된 선수가 완벽하게 대전 상대를 대신할수 는 없다. 그래서 대전 상대의 몇가지 강점들을 한 선수 한선수가 나누어 맡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전 상대는 한 팀의 공공의 적이 된다.

여담이지만,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의 종합 격투 무대인 프라이드 링 위에 올랐던 최무배(35세, 팀태클)는 2m 30cm의 거한 자이언트 실바(41세, 브라질)과의 대전을 앞두고 적합한 스파링 상대를 구하지 못해 고생했다는 뒷얘기가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팀 태클의 장신 선수들은 모두 동원되었을 것이고 주위의 키 큰 친구들까지도 애꿎은 스파링에 동원되었을 것이다.

공통의 적이 명확해 지면 결속력은 강해진다. 목표를 공유하면 더욱 강해진다. 이 과정부터는 다른 어느 스포츠와 같은 매커니즘을 보일 것이다.


격투기가 축구 등 다른 스포츠와의 팀 컬러 형성 과정에서 가장 다른 부분은 바로 격투기에는 포지션이 없다는 것이다. 하루 중 거의 12시간 이상을 함께 훈련하는 격투기 도장 식구끼리는 모든 선수가 다른 선수들의 스파링 상대인 동시에 트레이너나 다름없다. 함께 훈련하고 전술에 대해 토의하고 적합한 훈련 새로운 기술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즉시 전파하고 공유할 수 있다.

즉, 각기 자기 포지션에서 팀 플레이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팀 컬러가 만들어 지는 축구에 비해 격투기는 신기술을 공유하면서 팀 컬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팀의 에이스 격인 선수가 시합에서 효율적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비기가 있다면 그런 기술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자신의 것으로 곧바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격투 명문 팀에서 가장 확연한 팀 컬러를 보유한 팀은 브라질의 신흥명문 '슈트복스 아카데미'이다. 현 프라이드 미들급 챔피언 반달레이 실바를 배출한 슈트복스의 팀컬러는 단연 '난폭함'과 '무자비함'. 슈트복스는 종합격투기 전문 체육관이지만 무에타이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무에타이 공격 기술의 백미는 바로 '무릅공격'. 슈트 복스의 타격가들은 종합 격투에서 제 성능을 낼 수 있는 형태로 무에타이의 '카우'(무릅공격)를 개조했다.

슈트복스의 색깔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선수는 단연 '도끼살인마' 실바다. 실바의 펀치 러쉬에 이은 무자비한 무릅공격은 이미 정평이 난 상태. 실바에 이어 프라이드 무대에 뛰어든 '악의 소굴' 슈트 복스의 새로은 '악의 축' 마우리시우 쇼군도 실바의 무릅공격을 쏙 빼닯았다. 현대 힌창 진행중인 프라이드 미들급 그랑프리 2차전에 실바와 함께 진출해 있는 쇼군도 여지없이 난폭함과 무자비한 공격으로 무장한 채 '포스트 실바'를 꿈꾸고 있다.

이제는 소름끼치는 무릅공격과 함께 실바와 슈트 복스의 전매특허가 되어 버린 스템프 킥과 사커 킥은 슈트복스의 난폭함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지상 최대의 악의 집단으로 불리는 슈트복스의 쇼군, 닌자 형제에 이어 다니엘 아카시오와 루이스 아제레도라는 신무기를 선보이기도 한 슈트복스가 헤비급을 제외한 중, 경량급을 제패할 기세다.


사실 발리투도의 메카, 브라질의 최고 명문은 노게이라가 이끌고 있는 브라질리언 탑 팀(이하 BTT)이었다.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력적인 주짓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BTT는 세계 격투 스포츠를 태동하게 했던 그레이시 가족과 함께 유술을 실전 최강의 무술임을 몸소 증명한 명문중에 명문이었다.

1000가지나 되는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하여 '주짓수 매지션'으로 불리는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29세)가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을 효도르에게 내준 뒤 다소 침체된 분위기지만 BTT의 팀칼라는 곧 '주짓수'로 통할 정도로 정교한 서브미션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그레이시 형제들이 다소 주짓수만을 고집한다면 BTT는 복싱을 기반으로 한 타격에더 열심이다. 너무 정확한 펀치와 예술적인 주짓수 기술만 고집하지 않는 다면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있는 재원은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호드리고의 쌍둥이 동생인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가 꼽힌다. 역시 이번 미들급 그랑프리에 출전 해 2차전에서 슈트복스의 쇼군과 브라질 격투명문 간의 자존심대결을 앞두고 있어 격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라이드 부시도 무대를 통해 선보인 파울로 필리오도 기대되는 재원이다.


슈트복스가 떠오르는 신성이라면 미국의 명문 팀 해머하우스는 그야말로 '지는 해'다. 초대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 마크 콜먼이 이끌고 있는 해머 하우스는 팀의 리더 콜먼의 별명 '해머(Hammer)'에서 이름을 따왔다. 미국 파이터들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팀 컬러를 갖고 있는 해머 하우스의 스타일은 전형적인 '러쉬 앤 태클(Rush & Tackel)' 혹은 '테이크 다운)태클 앤 파운딩(Take down & Founding)'. 힘을 기반으로 상대를 밀어 붙이고 쓰려뜨린 후 파워 넘치는 파운딩으로 끝을 보는 스타일이다. 대부분 아마추어 레슬러 출신의 선수들이 많아 레슬링 스타일의 경기를 보이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해머 하우스의 잘 알려진 선수는 역시 케빈 랜들맨. 온몸을 탄탄한 근육으로 무장한 채 인간의 신체 능력을 넘어선 파워를 가진 선수로 이또한 전형적인 태클 앤 테이크 다운(Tackle & Take down) 스타일의 선수이다. 가끔 놀라운 파워로 효도르를 상대로 저먼 스플렉스를 성공 시키거나 크로캅을 펀치 한방으로 실신 시키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최근 전적은 시원치 않다.

레슬링이 강력한 실전 무술임에는 틀림없지만 태클로 시작되는 레슬링 공격의 특성상 태클을 방어해 낼 경우 공격을 풀어나가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최근 종합격투가들의 태클 방어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 지면서 해머 하우스 선수들이 속된 말로 죽을 쑤고 있는 형국이다. 팀 리더 콜먼이 제자의 복수를 위해 나섰다가 크로캅에게 단 한번의 태클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패배한데 이어 실질적인 에이스 랜들맨도 이번 미들급 그랑프리에서 1회전체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파워는 세계 최고수준인 만큼 강력한 레슬링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개발해야만 종합룰 무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하나 같은 의견이다.


주로 미국의 UFC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팀 퀘스트도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미국이 낳은 불세출의 격투가 '캡틴 아메리카' 랜디 커튜어가 최근 UFC 52에서 척 리델에게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을 뺏긴데 이어 '실바에게 가장 가까이 갔던 파이터'인 댄 핸더슨도 이번 프라이드 미들급 그랑프리에서 1차전에서 동생 노게이라의 멋진 암바에 걸려 탈락해 버렸다.

사실 같은 미국 팀이지만 팀 퀘스트는 해머 하우스와 다른 색깔의 파이팅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레슬러 출신이 대부분인 것은 유사하지만, 폭풍같은 펀치 러쉬를 구사할 줄 안다는 것이 다르다. 커튜어와 핸더슨이 차례로 고배를 마셨지만 맷 린들랜드가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는 등 중량급(中量級)을 중심으로 재기 넘치는 파이터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입식 타격계 이벤트인 K-1에서는 타격강국 네덜란드 팀들의 단연 강세다. 11한번의 토너먼트 중 단 세번을 제외하고 모두 네덜란드의 파이터들이 우승 했을 정도. 2003년, 2004년 2년 연속 월드 그랑프리 챔피언에 올랐던 레미 본야스키를 배출한 메지로 짐의 명성이 높다. 20세기 최강의 킥복서 피터 아츠도 메지로 짐 소속이다. 하이킥의 달인 답게 킥 한방으로 경기를 끝내는 화끈한 스타일의 팀 컬러를 갖고있지만 사실 본야스키의 스타일은 아이러니하게  라이벌 팀 보스 짐의 스타일에 더 가깝다는 재미있는 분석도 있다.

완벽에 가까운 경기운영을 한다고 해서 '미스터 퍼펙트'라는 별명을 얻은 어네스트 호스트가 속해 있는 보스 짐은 메지로 짐과 함께 입식타격 강국 네덜란드의 신화를 만들고 있다. 보스짐의 스타일은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 한 방이 없는 호스트의 영향 때문인지 효율적인 경기 운영 하나만큼은 최고로 '이기는' 경기를 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네덜란드 선수들과 함게 K-1 파이터들 중 가장 눈에 띄는 팀 컬러를 보이는 선수들은 뭐니뭐니해도 극진회관의 선수들이다. 극진의 팀 컬러는 단 한마디로 '투혼(鬪魂)'. 요즘은 푸른 눈의 공수가들이 주력 선수들이지만 그 투혼 만큼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나중에 정도회관으로 이적하기는 했지만, 미스터 K-1 앤디 훅에 이어 '일격' 프란시스코 필리오가 가장 기억에 남는 극진의 공수가들이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투혼' 하나 만큼은 극진의 파이터들을 따라올 선수들이 없다. 기술적으로는 세밀한 펀치-킥 컴비네이션을 주로 사용하고 불안정한 자세에서 내뻗는 '자세 안나오는 펀치'도 대단한 위력을 내뿜는다는 특징이 있다. 하나 같이 강력한 킥을 구사한다는 특징이 있다.

앤디 훅의 사망과 필리오의 노쇠 이후에 다소 눈에 띄는 파이터가 없었지만 최근 K-1 월드 그랑프리 미국 예선에서 예상외로 그라우베 페이토자가 우승하며 그 불씨를 되살렸다. 브라질리언 킥으로 유명한 페이토자는 필리오의 제자이다. 예전부터 자신만의 비기로 브라질리언 하이킥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데다 최근 극진 특유의 투혼으로 중무장하며 급성장해 이번 그랑프리 결승 토너먼트에서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확실한 팀 컬러를 가진 프라이드와 UFC, K-1의 명문팀 들 중 몇몇 명문팀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나열했지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격투가들의 배경, 특히 소속 팀의 팀 컬러야 말로 격투기의 재미를 배가 시키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아울러 팀 태클을 중심으로 격투기 팀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국내 격투 팀들도 멋진 팀 컬러로 무장하게 되기를 격투팬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2005/05/18 17:00 입력
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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