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방영 취소 사태를 맞은 후 첫번째 이벤트로 치뤄진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2006 2라운드'가 기대와 우려속에 사이타마 아레나의 조명을 다시 밝혔다. 경기전 개박을 알리는 다카다 노부히코 총괄본부장의 개회선언은 현 시점의 프라이드의 공식적인 입장이면서 팬들앞에서는 프라이드 선수들의 의지였다.

다카다 본부장은 오늘(1일) 경기가 시작되기 전 링위에 올라 '프라이드는 어려움 속에서 더욱 크고 강하게 성장해 왔다고' 회상하며 '프라이드의 불멸'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경기를 보면서 '과연 프라이드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기를 팬들에게 주문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프라이드란 무엇인가......

그 답은 다카다의 말대로 이어진 무차별 그랑프리 2회전 네 경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경기 한경기 주옥같은 장면들과 수준높은 기량을 마음것 감상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


무차별 GP 2라운드 첫 경기 - 노게이라 def. 베우둠(3R 판정승 3-0)
'주짓수의 마스터끼리 격돌하면 어떻게 될까?' '주짓수 매지션'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와 '주짓수 세계 챔피언' 파브리시오 베우둠이 격돌한 무차별 GP 첫 경기는 그 대답을 직접 확인하게 해주었던 매치였다.

주짓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공(逆攻)'. 자신의 공격에 대해 상대가 그 대응책을 알고 있다는 것을 공격자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태라면 공격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 두 주짓수 마스터간의 대결은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스탠딩 양상으로 이루어졌다. 경험많은 노게이라가 경기전에 '베우둠과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예상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자칫 지루한 스탠딩 공방으로 이어질 뻔했던 이 경기는 노게이라의 침착한 경기운영과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복싱 테크닉으로 살아났다. 멋진 왼손 쨉과 오른손 스트레이트의 공식에 간간이 바디 블로우까지 곁들여가며 꽤 오랜시간 공들여온 복싱 테크닉을 마음것 선보였다. 뒷걸음질을 치며 기회만 엿보던 베우둠을 압박해 가며 노게이라가 착실히 포인트를 쌓은 반면, 베우둠은 몇차례 그라운드 플레이에서도 노게이라를 제압해내지 못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경기전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이 그라운드에서는 노게이라도 베우둠을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알리가 아니라면, 링 위에서는 도망갈 곳이 없다'는 오래된 명언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경기였다. 화려한 그래플링 공방은 없었지만 한 수위 펀치 테크닉을 보이며 그라운드에서도 효과적으로 방어해 낸 노게이라가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4강행 티켓을 가장먼저 손에 넣었다.


무차별 GP 2라운드 두번째 경기 - 실바 def. 후지타(1R 9:21 타격에 의한 TKO(타올투입)
오른손 부상으로 두번째 수술대에 오른 황제 효도르의 자리는 미들급 챔피언 반달레이 실바가 매웠다.효드레에 비해 중량감도 떨어지고 최근 아로나에게 패배하는 등 부진의 기미를 보였던 실바였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던 경기였다.

한때는 '주식이 일본인'이었던 실바였지만 이미 헌트에게서 헤비급과의 체중차가 얼마나 큰 위력을 뼈저리게 실감한 실바에게 아무리 최약체로 평가받는 후지타 가즈유키라도 체면을 구길 수 있는 상황이라 오히려 효도르가 출전한 것 보다도 긴장감은 훨씬 더했다.

실바의 트레이드 마크는 자신의 입장곡인 'Sand Strom(모래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좌우연타. 오늘 후지타전에서도 경기시작 1분만에 여지없이 펀치 연타와 니킥 연타를 폭풍처럼 몰아쳤다. 후지타 가즈유키가 전대미문의 '안면 가드(?)'로 가공할 맷집으로 맞서자 평소엔 잘 볼수 없었던 서브미션 기술도 선보였다. 가드포지션에서 트라이앵글로 시작하여 암바로 이어지는 멋진 콤보를 선보인 것. 후지타가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면서 경기는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효도르를 거의 침몰 직전까지 몰고갔던 후지타의 라이트 훅에 대해서는 실바도 부담스러운 듯, 철저히 주의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스탠딩 타격전에서 한차례 라이트 훅을 주고받은 것외에 별다른 공방 없이 그렇게 1라운드는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러나 1라운드를 1분여 남겼을 때 실바의 '모래 폭풍'이 불연듯 몰아쳤다.

아무리 맷집이 좋은 파이터라 해도 턱으로 정확하게 파고드는 훅을 견더내기란 매우 어렵다. 실바의 정확하면서도 강력한 라이트가 턱에 적중되자 후지타는 충격을 받으며 휘청 거렸고 연타에 천부적인 실바가 이 틈을 놓칠리 없었다. 이어 쉴새없이 좌우 원투 공격이 이어졌고 중심이 무너진 후지타에게는 가차없는 사커킥이 날아들었다. 경기 초반 암바로 경기가 끝나버렸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장 실바다운 모습으로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실바가 후지타전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서 효도르의 빈자리를 성곡적으로 매운 것은 물론 무차별 GP라는 타이틀이 무색할뻔 했던 이번 대회의 명분을 마지막까지 되살렸다.


무차별 GP 2라운드 세번째 경기 - 바넷 def. 헌트(1R 2:02 기무라 록에 의 탭아웃)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봤던 '아기의 얼굴을 한 암살자' 조쉬 바넷과 '사모아의 괴인' 헌트전은 많은 팬들의 기대와 달리 바넷의 완벽한 승리였다. 헌트가 입장부터 편안한 표정으로 들어와 미소를 머금으며 바넷을 맞았지만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헌트의 엄청난 감량 소식에 묻혀 잘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바넷도 한 층 날렵해진 몸매로 보아 훈련에 열심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수염을 길러 가리긴 했어도 토실토실한 베이비 페이스가 홀쭉해 보이기 까지 했을 정도. 약관의 나이에 UFC를 제압한 엘리트 격투가인 바넷의 대 이변이 입장부터 예상되었다.

팬들의 열망대로 경기 시작과 함께 헌트의 엄청난 스윙 펀치를 휘둘렀지만 바넷은 작심하고 처음부터 테이크다운으로 그라운드로 끌어내렸다. 아마도 앞으로 헌트를 상대할 모든 파이터들은 이 패턴을 고수할 것이다. 헌트 자신이 이부분은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이기에 최근 레슬링과 그래플링에 꽤 열심히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젋은 백전노장 바넷과는 경험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테이크다운과 거의 동시에 가드 패스에 성공하여 사이드 마운트를 빼앗아 낸 바넷은 헌트의 엄청난 파워를 의식한 듯 헌트의 머리 뒤로 돌아들어갔다. 리버스 마운트에서는 스윕에 성공해도 리버스 백마운트가 될 뿐이기 때문. 포지션도 워낙 좋았지만 헌트의 일어나려는 타이밍에 정확히기술을 시도한 것도 좋은 장면이었다. 거기다가 반대쪽 쪽팔을 무릎으로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기무라를 시도하자 헌트도 완벽하게 서브미션에 걸렸음을 직감한 듯 곧바로 탭을 하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효도르의 독주체제를 마감시킬 재목으로 첫 손에 꼽히는 헌트지만 그 시기는 다음으로 기약해야 했다. 바넷은 너무나 어린나이에 맛봤던 최강의 권좌의 달콤함에 다시한번 도전할 소중한 기회를 얻어냈다.


무차별 GP 2라운드 - 크로캅 def. 요시다(1R 7:38 타격에 의한 TKO(타올투입)
크로캅의 하이킥을 본지가 꽤 오래된 듯 하다. 이고르 보브찬친과 에밀리아넨코 알렉산더  전 이후로 실신 KO 하이킥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CF에서까지 너무 많이 보여줘서일까? 이제 크로캅을 상대하는 모든 파이터들은 철저하게 오른쪽 상단 가드를 꼼꼼히 올리고 있다.

전형적인 그래플러인 요시다에게는 하이킥은 더욱 큰 공포였을 것이다. 하이킥이 아니라도 날카로운 왼손 펀치도 경계 대상이지만 오늘은 로우킥으로 승리를 따냈다. 요시다가 타격 전문 선수가 아닌데다가 발이 느려 크로캅의 빠른 스텝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격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은 했었지만 로우킥에 고배를 마실지는 예상치 못했다.

경기초반 크로캅의 킥 공격을 의식해 백스텝으로 물러나면서 경기는 어렵게 시작되었다.  테이크 다운 마저 크로캅이 확실히 막아냄으로서 요시다에게는 기회의 땅인 그라운드로 내려가 보지도 못하면서 더욱 경기는 풀리지 않았다. 한차례 클린치로 밀어부치면서 자신감을 얻었을까? 요시다가 전진스텝을 밟으면서 앞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크로캅은 본능적으로 오른발 로우킥으로 견제 했다.

뭔가 이상이 감지된 것은 그때였다. K-1 시절에는 왼손 잽만큼 흔한 오른발 로우킥이었지만, 의외로 요시다에게 날린 로우킥이 정확히 적중되면서 충격을 받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눈이 좋은 크로캅이 이를 놓칠리 없었다. 두세차례 로우킥을 더 시도했고 발이 느린데다가 첫번째 로우킥으로 충격을 받은 요시다는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했다. 정확하게 다섯차례의  로우킥이 정타로 들어가면서 요시다는 끝내 바닥에 누워버렸다. 경기전 부상이 있었는지는 아직까지는 확인이 안되지만 크로캅의 강력한 로우킥은 요시다에게는 왼발 하이킥이나 다름 없었다.

크로캅은 이번 GP를 반드시 재패해야만 효도르에게 다시한번 도전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 평소에도 예민할 정도로 진지한 크로캅이지만 유난히 이번 대회에 진지한 눈빛을 엿볼 수 있다는 평이다.


이로써 뒤숭숭한 분위기였지만 2006 그랑프리의 4강 진출자가 모두 가려졌다. 프라이드의 불멸은 링위의 선수들 스스로 증명해 보였고, 후지TV 사태와 효드르의 불참으로 맥이 빠질뻔 했던 대회는 다시한번 존재를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앞으로 남은 것은 세계 최강으로 가는 여정 뿐... 과연 이 여정에서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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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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