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프라이드 무차별GP에 직접 다녀 왔습니다.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 드리고 싶었으나, 몇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리뷰가 늦었습니다. 늦었지만 현장의 뜨거웠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격투로망에 많은 성원 부탁 드립니다.

2006 프라이드 무차별급 GP 2006 결승전

2006 프라이드 무차별급 GP 2006 결승전
일시: 2006년 9월 10일 오후 4시
장소: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



크로캅과 실바, 프라이드 헤비급과 미들급을 대표하는 이 두 명의 격투스타가 링 위에서 만났다. 결과는 철저하게 실바의 거리를 제압한 크로캅의 완승. 백만불짜리 왼손 스트레이트에 이은 이백만불짜리 왼발 하이킥으로 미들급을 대표하여 무차별 GP 4강에 올라온 챔프 실바에게 넉 아웃 KO를 빼았는 보기드믄 명장면을 연출했다.

크로캅은 이날 실바의 거리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실바의 기세좋은 펀치 러쉬를 빠른 스텝으로 잘도 피해 다니면서 적중율 높은 타격전을 펼쳤다. 이동 사격이 안되는 실바의 다연장포는 크로캅의 기동성 앞에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고, 크로캅의 날카로운 왼손 스트레이트는 하필이면 실바의 오른쪽 눈에 부상을 입혔다. 시종일관 뒤로 빠지면서 왼쪽으로 돌면서 기회를 엿보던 크로캅은 미들킥으로 포문을 열었고, 시야가 충분치 않던 실바의 오른쪽 머리에 궁극의 하이킥을 작렬시켰다.

크로캅 하이킥 작렬 순간실바도 짧은 리치와 하드웨어의 불리함을 기세로 메우며 선전했으나, 크로캅의 정밀한 스나퍼 타격에 끝내 헤비급 정벌의 야욕을 접어야 했다. 이날 실바는 하이킥으로 무너지기 전에 미들킥을 세 차례나 맞았었다. 가드를 내려 옆구리를 감쌌지만 크로캅의 빠른 킥을 따라갈 수 없었고, 마지막 KO때도 역시 본능적으로 가드를 내리려다가 하이킥에 허를 찔렸다. 본능적으로 최근에 공격받은 곳을 보호하려는 습성 탓이 컷겠지만, 킥이 몸 앞으로 나올때까지는 궤도를 좀 처럼 파악하기 어려운 크로캅의 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경기는 크로캅이 영리하게 제압했고, 그 기세와 축적한 체력을 바탕으로 생애 첫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다. 그렇지만 팬들의 사랑은 누가 가져갔을까?

타격, 특히 '한 방'이 있는 타격 스타일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궁극의 하이킥'의 크로캅의 인기가 특히 높다. 반듯한 외모와 진지한 자세도 높이 평가하는 팬들도 유독 많다. 물론, 진정한 고수의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효도르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유난히 크로캅의 '일격'에 열광하는 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처음 찾은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직접 보고 놀란 일이 한두가지는 아니었지만, 특히 놀란 건 실바의 높은 인기였다. 물론, 헤비급 파이터들 사이에서 체격의 불리함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려야 할 실바에게 더 많은 성원이 보내졌을꺼라는 추측도 가능하겠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실바의 인기는 이날 대회에 출전한 다른 어떤 파이터들에 비해 압도하고도 남았다.

크로캅이 챔피언 벨트를 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크로캅이 멋진 타격으로 실바를 제압해 낸 순간에도 이상한 분위기가 사이타마 수퍼아레나에 맴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크로캅의 승리보다 실바의 부상에 더 많은 팬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듯 했고, 크로캅도 이를 감지한 듯 서둘러 링 아래로 내려오고 말았다. 갑자기 크로캅이 악역이 되버린 듯한 분위기에 개인적으로는 조금 의아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실바야 미들급 챔프인데다가 워낙 화끈한 스타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바넷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 것은 선뜻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크로캅-실바전에 이어 출전한 베넷은 전 헤비급 챔피언 노게이라를 맞아 프라이드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멋진 그라운드 공방을 펼친 끝에 결승에 진출했다.

처음에 바넷이 입장할 때 부터 예상외의 엄청난 환호가 터져나와 처음에는 입장 테마로 쓰는 북두신권 때문인줄 알았다. 그러나 주위의 팬들의 반응을 주의깊게 살피자 베넷의 인기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헤비급 빅3 노게이라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지만, 이날 목격한 바넷의 인기는 거의 일본이 홈그라운드로 봐야 할 정도 였다.

노게이라도 대표적인 친일파로 잘 알려져있지만, 바넷은 거의 일본인 파이터 수준이었다. 특히 여성팬들의 압도적인 성원을 보고 놀랐는데, 뒷자리에 않은 수다스러운 일본 여기자 하나는 경기내내 '바넷상'을 연호했다. 신일본레슬링의 인기와 관객동원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건 익히 알았지만 바넷의 인기가 그 정도로 높을 줄을 꿈에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노게이라는 물론 크로캅보다도 더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격투팬들이 믿어줄지 의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실바가 압도적으로 인기투표 1위였다면, 그 다음은 누구였을까? 무차별 그랑프리 외에 수퍼파이트까지 총망라한다면 실바 다음은 단연 쇼군이었다. 지난 프라이드 31 마크 콜먼 전에서 오른팔 골절 부상 이후 오랜만에 복귀한 터라 더욱 반가운 부분도 있었겠지만 쇼군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옛날에 시골에서 농사짓는 소가 기운을 못차릴 때 뱀을 잡아 호박잎에 싸서 산채로 먹이고는 했다는데, 쇼군의 복귀전 상대인 '더 스네이크(The Snake)를 보면서 내내 그 생각이 들었다. 더 스네이크가 예상외의 녹녹치 않은 타격실력을 선보였지만 이제는 노련미까지 갖춘 쇼군이 그라운드로 끌고 내려가 전매특허인 스템프 킥과 사커볼 킥으로 멋진 KO승을 거두어 팬들에 성원에 보답했다.

실바와 바넷, 그리고 쇼군의 인기가 예상외로 엄청나기는 했지만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이 선수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탓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주인공인 바로 히카르도 아로나...... 우리나라에서는 '개비기'라는 다소 경멸적인 수식어가 따라다닐만큼 인기가 없는 편이라 일본팬들의 뜨거운 반응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일본 여성팬들의 압도적인 환대를 받았는데, 아로나가 미남 파이터 쪽인 건 사실이지만 우리눈에는 다소 '느끼한' 느낌이라 더욱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날 현장의 여성팬들로만 인기 투표를 한다면 쇼군과 바넷에 이어 세 손가락에도 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남성팬들에게는 철저히 외면받았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이번 프라이드 취재에서 가장 놀란 건 일본 팬들의 반응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워낙 타격에 대한 선호가 크고 흥미위주의 중계 진행 탓에 그래플링은 지루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치열한 그라운드 기술 공방에서 박진감을 느끼는 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본팬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절대 함성이 터져 나오지 않을 타이밍들...... 이를테면 그라운드에서 포지션 스위칭이라던지 체중이동의 타이밍 그리고 서브미션 기술에 대한 방어 들에서 여지없이 일본 팬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심지어는 브라질 파이터들에게 끊임없이 포루투칼어로 기술 코치를 하는 팬도 있었다)

이태현아로나의 예상외의 높은 인기도 관중들의 서브미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감안하면 이상할 일도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날 대회에서도 아로나 외에도 전체적으로 이런 분위기는 계속 되었는데 오히려 지루한 타격공방보다도 서브미션 공방을 더 선호하는 듯 했다. 실제로 가장 냉담한 반응을 받았던 경기는 단연 이태현의 데뷔전이었는데, 탈진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일어나자 관중석 여기저기서 한숨섞인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천만다행으로 바로 이어진 나카무라와 '키스' 나가오가 프라이드 역사상 손에 꼽을만큼 지루한 경기를 하는 바람에 그나마 팬들의 기억에서 조금은 잊혀진것 같았다. 나중에 이태현이 프라이드 정상에 오르면 이 둘에게 거하게 밥이라도 사야할 것 같다.

이번 프라이드 방문을 통해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역시 '수준높은 대회는 수준높은 관객들이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스피릿MC나 KHAN 대회도 보다 많은 팬들이 찾아서 수준높은 대회를 위해 많은 성원이 이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안고 돌아왔다. 크로캅 우승 기념으로 팁 크로캅 티셔츠도 안고 오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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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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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3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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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출한 위치! 많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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