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이 남달라서 였을까?
우리나라의 '비운의 유도가' 윤동식의 프라이드 두번째 경기에 남다르게 눈길이 모아졌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 또한 컸던 사쿠라바 카즈시와의 프라이드 데뷔전이 끝난 후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윤동식은 그 이후 마음고생 끝에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었다. 이번 프라이드 30에서 일본의 유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타키모토 마코토와의 프라이드 두번째 경기는 윤동식의 그런 '섭섭함'을 만회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준 승부였다.
우선 윤동식의 가장 큰 발전은 타격에 대한 적응 부분이다. 물론 타키모토가 타격이 그리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슈트복스의 타격 인스트럭터를 초빙해 맹훈련을 쌓는 등 타격에 집중 해왔던 성과를 여지없이 선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윤동식은 타격에 대한 방어는 물론 공격까지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해 온것으로 보인다. 그 증거는 비타격계 종합격투가들이 보여주는 좌우로 휘두르는 펀치 보다, 아직 날카롭게 다져지지는 않았지만 스트레이트 성 펀치를 주로 사용했다는 것.
왼손 잽이 제대로 갖춰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좌우로 크게 휘두르면서 요행을 바라는 펀치 보다는 훨씬 더 간결하고 효과적이었다. 핸드 스피드가 느리고 그렇다고 스텝에 세련된 상태도 아닌 것을 감안한다면 윤동식이게 가장 효과적인 펀치는 다름아닌 스트레이트 공격이다. 여기에다 왼손 잽만 가미된다고 하면 다음경기에서는 훨씬 더 윤동식에게 많은것을 가져다 줄것이다. 물론 경험이 쌓이면서 스텝에 펀치가 얹혀진다면 수준급 펀치가 되는 것이다.
유도 선수로써 다져진 그라운드에서 방어능력과 밸런스는 역시 정상급 유도가인 타키모토를 상대로 충분히 증명해 보인것으로 보인다. 물론 1라운드에서 키락에 무릎을 꿇을 뻔 했던 장면은 타키모토 보다 훨씬 더 정교한 관절기를 가진 주짓수계 선수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된 다는 것을 분명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불리한 가드 포지션에서 훌륭하게 상대를 가두어 놓은 것은 훌륭한 것이지만, 그대로 버티기만 하면 스톱이 되는 유도경기와 종합 격투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현대 종합격투에서는 바닥에 등을 대고 있는 상태는 언제나 위험하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포지션 싸움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 경기에서 프라이드의 그 어떤 선수라도 마운트 포지션을 두 차례나 따낸 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물론 끈질기게 붙어있는 상태로 잔펀치라도 끊임없이 파운딩을 퍼부었다면 경기양상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윤동식의 이번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그래플링에서 상대의 반응에 따라 공격을 컴비네이션으로 이끌어 갔다는 부분이다. 마운트에서 균형이 흐트러지자 곧바로 암 바로 이어가던 장면은 윤동식의 스파링양과 격투센스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또한 1라운드 중반 불리한 포지션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힐 훅으로 역전을 이끌어 내던 장면은 너무나 아쉬운 장면이었다. 만일 타키모토가 링 줄을 잡는 반칙으로 버티지 않았다면 그대로 경기가 끝날수도 있을 만큼 정확하게 기술이 들어갔었다. 그라운드에서 바닥에 있는 선수에게는 좀처럼 지적하지 않는 후두부 공격에 대한 주의를 몇차례나 주었던 시마다 주심이 링 줄을 잡는 심각한 반칙행위는 모른체 하는 것은 두고두고 분한 장면이었다.
파운딩에 이은 서브미션 기술시도는 다카다 도장에서 습득한 MMA 매커니즘 덕분인지, 조금은 공식을 외워서 대입한 것 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윤동식의 경기 장면 중에서는 가장 비약적인 성장을 보인 장면이었다.
종합격투 3전째인 타키모토와의 경기가 어쩌면 윤동식에게 다시못올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프라이드 첫 승의 기쁨은 다음기회로 미루게 되었다. 이번 경기야 말로 비로소 종합격투 전향 후 처음 가능성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첫 승보다 중요한것은 바로 팬들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이시점에서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
오늘 타키모토가 승리를 챙기긴 했지만 퇴장하는 그에게 돌아온 것은 이어진 소극적인 경기에 대한 팬들의 야유였었다. 이것이야 말로 승패를 떠나서 의미를 갖는 엄중한 평가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대목이다.
윤동식 선수의 하루 빨리 프라이드 무대에서 멋진 승리 뿐만 아니라 멋진 경기를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