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피를 나눈 친동생과 링 위에서 전력으로 싸울수 있을까?
프라이드 팬들이라면 눈치 챘겠지만, 현 헤비급 챔피언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와 그의 동생 알렉산더 에밀리아넨코의 이야기이다. 작년 연말 남제에서 알렉산더가 아틀란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파웰 나스트라를 꺽고 난 뒤부터 형제간 대결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알렉산더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대부분은 형 효도르와 관련된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60억분의 1'의 유전자를 나눠가진 사나이... 형인 효도르가 있기 때문에 알렉산더도 있었다는 어찌버면 알렉산더의 존재 자체를 효도르에게 귀속된 것 처럼 들리기도 할 법 하다.
파이터로써 알렉산더는 형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사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파이터이다. 올해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파이터 중에 하나로 평가받은 알렉산더의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지난 무사도 6에서의 히카르도 모라이스와의 경기. 당시 알렉산더는 브라질의 전설적인 싸움꾼 모라이스를 상대로 단 15초만에 펀치 딱 13개를 던져 모두 적중시키며 넉다운을 빼앗아내며 프라이드 사상 가장 멋진 KO 장면을 연출했다.
많은 사람들이 크로캅과의 경기에서 하이킥 한 방에 다운되던 모습을 많이 기억하고 있는데, 그런 완벽한 타이밍의 하이킥이라면 알렉산더 아니라 누구라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크로캅은 내가 본 경기 중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었고, 알렉산더가 살짝 스텝을 밟으며 위로 뛰어오르는 그 짧은 순간에 하이킥이 작렬했다. 알렉산더가 무의식적으로 가드를 올려 방어를 했지만 크로캅의 하이킥은 그 가드와 알렉산더의 관자놀이 사이의 약 5Cm도 안되는 틈으로 파고 들었다. 한마디로 잘 찼다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비록 크로캅에게 패배를 당하기는 했지만, 알렉산더는 이제 챔피언의 동생이 아닌 차기 도전자 신분으로 격상(?)된 상태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이나 하듯, 두 형제 모두 올해 헤비급 그랑프리 결승전에 만나고 싶다는 엄청난 얘기를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언급했다. 마치 숙명으로 여기는 것과 같은 인상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형제간에 전력을 다해 싸우는 것은 상상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효도르도 작년 한해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알렉산더가 2006년 그랑프리에서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며 누누히 이야기 해온 바 있다. 자신의 동생이며 팀 동료인 알렉산더를 홍보해 주는 것 쯤으로 치부할 수 도 있지만, 그 이야기는 곧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자신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사실 효도르와 알렉산더는 삼보 선수 시절 한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결과는 효도르가 서브미션 기술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경기 내용은 압도적으로 알렉산더의 우세였다고 한다. 특히, 지금도 발란스가 좋기로 유명한 효도르를 상대로 완벽한 메치기를 빼앗아 내어 점수를 땄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동영상을 구해서 본 하이라이트 장면에도 효도르의 서브미션 승리는 안나오고 알렉산더의 엄청난 메치기 기술만 나올 뿐이었다. 알렉산더가 한 선수를 허리후리기로 거의 내동댕이 쳐버리는 장면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상대가 효도르였던 것을 보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알렉산더와 효도르가 나눠가져다는 '60억분의 1'의 유전자가 있다면, 그것은 '핸드 스피드 유전자' 일 것이다. 핸드 스피는 어느정도 타고 나야된다는 것이 정설인데, 이 둘의 핸드 스피드는 거의 라이트급 복서 수준이다. 198cm에 120kg 가까이 나가는 헤비급 파이터가 그런 스피드를 낸다는 것은 내 짧은 식견으로는 '타고 났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 단언컨데, 펀치 스피드 하나만큼은 이들 형제를 따라갈 사람은 없어보인다.
펀치 메커니즘 측면으로 보면 알렉산더가 효도르보다 앞선 부분이 눈에 띈다. 효도르가 훅을 주무기로 하는 반면, 알렉산더는 잽과 스트레이트를 섞어서 구사한다. 특히, 효도르의 경우 상체를 움직이면서 주먹의 회전력을 극대화하는 데 반해, 알렉산더는 스텝에 체중을 실어서 파워를 낸다. 복싱의 정석에 더 가까운 쪽은 알렉산더 쪽이며, 이쯤되면 알렉산더가 핸드 스피드 유전자를 더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형을 꼭 빼닮은 것은 핸드 스피드 뿐만이 아니다. 좀처럼 냉정함을 잃지 않는 '차가운' 성격도 그대로다. 저돌적인 스타일로 프라이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제임스 톰슨과의 경기에서 극명히 드러났었다. 톰슨이 경기 직전 아드레날린 치수를 높이려 그랬는지, 기선제압을 위해 그랬는지 모르지만, 잔뜩 험상궂은 표정으로 우악스러운 세레모니를 펼치는 가운데도 알렉산더는 특유의 무신경한 표정으로 다른곳을 처다보는 장면은 한편의 시트콤이었다.
알렉산더가 효도르보다 유리한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체격조건... 형보다도 무려 13cm나 크다. 근육질의 멋진 몸매와는 거리가 멀지만 장작패기로 다져진 격투용 근육은 큰 키에서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아울러, 긴 다리를 이용하는 무릎공격도 위력적이다. 무릎공격을 타격계 선수들처럼 자유자재로 쓰는 편은 아니지만 상대가 붙으면 거의 본능적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장면을 여러차례 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알렉산더는 충분히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에 도전할 역량을 갖춘 파이터로 손색이없다. 다만 지금 현재 그 자리에 피를 나눈 형제인 효도르가 앉아 있을 뿐... 동방예의지국의 우리에게는 쉽게 용납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 '얼음'처럼 차가운 두 형제는 형제간 대결에 대해 심드렁한 반응이다. 효도르는 여러차레 공언했듯이 '이번 그랑프리 결승에서 알렉산더와 붙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힌바 있다. 알렉산더는 한 술 더떠 '효도르의 오른손 부상이 완치된 후 붙고 싶다'고 맞대응 했다.
'강함'을 꿈꾸는 모든 남자들 중에 선택받은 '60억분의 1'의 단 한자리에 앉기 위해서라면, 그 상대가 혈육이라도 상관없는 것일까? 하긴 어렸을 때 동생과 피터지게 싸우던 것을 생각해보면 크게 문제되지도 않을 수도 있겠다. 전대미문의 대결에 나서게 될지도 모르는 에밀리아넨코家 형제들에게 올해는 관심이 딱 두배 더 쏠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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