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전국 시대가 꼭 이랬을까?
주왕실 격이었던 프라이드FC가 막을 내린 후, 현재의 격투스포츠계는 5패에 7웅까지는 아닐지라도, 그 갈등의 형국과 합종연횡은 춘추전국시대와 유사해 보인다.
UFC의 기습교란에 의해 쇠락하던 프라이드FC가 단번에 간판을 내렸고, 프라이드FC를 이끌던 황제 효도르는 하야 후 MFC로 이적했다. 황제에 이어 프라이드 왕조의 후예들은 뿔뿔히 흩어졌고, 한때 황제에 도전했던 노게이라와 크로캅, 그리고 미들급의 소군주 실바와 쇼군은 UFC의 '포로(?)'로 잡혀갔다.
프라이드FC 왕조의 생명력은 단체의 법적소유권이 아니었을 터... 격투팬들의 마음속에서 남아있는 추억의 조각들은 격투가들에게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야렌노카로 그 추억의 실체를 확인한 것을 시작으로 센고쿠(SENGOKU, 戰極), 드림(DREAM)이 차례로 프라이드FC 왕조의 계승을 주장하며 차례로 깃발을 올렸다.
지난 5일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 센고쿠는 프라이드FC의 간판이었던 요시다 히데히코와 고미 타카노리를 대표상품으로 내놓으며, 격투팬들의 인식을 어느정도 선점하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우선 자국팬들을 겨냥하여 후지타 카즈유키, 미사키 카즈오, 타키모토 마코토 등 일본인 파이터들의 진용도 눈길을 끈다.
악역을 자처한 조쉬 바넷이 간단히 요시다를 제압하며 일본인 영웅의 승전보는 애초부터 뭉개버렸지만, 고미가 여전히 날카로운 타격으로 승리를 거두며 건재를 과시하는데 성공했다.
오는 15일 옛 프라이드FC 왕조의 도읍이나 다름없는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첫 선을 보일 드림은 이에 비해 외국 선수들의 진용이 눈길을 끈다. 포로로 잡혀갔다가 갖은 고생끝에 돌아온 크로캅이 무엇보다 반가운 이름이다. 상대로 지목되었던 나가오 '키스' 요시히로가 드림과 센고쿠의 알력다툼 속에 행방이 묘연해져, 무명의 하드웨어 파이터와 대전하게 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크로캅이 눈길을 끌기는 하지만 이번 드림 1은 기본은 라이트급 토너먼트... 프라이드FC 시절 고미의 왕좌를 위협했던 아오키, 카와지리, 이시다 등 라이트급 간판들이 총 출동해 짜임새 있는 대진을 채웠다. J.Z 칼반과 요아킴 한센, 디다, 부스카페 등 쟁쟁한 실력자들로 완성도를 높혀 드림의 바람몰이를 시작하는 첫 대회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사실, 드림이 센고쿠에 비해 더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은 히어로즈로부터 물려받은 TV 중계권에서 기인한다. FEG의 자금력에다가 프라이드FC의 운영능력을 고스란히 전해받은 드림 쪽이 뒤늦은 출밯에도 불구하고 더 큰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당분간은 종합격투 스포츠계의 맹주로 군림하기 위해 두 단체는 그야말로 정면대결을 펼필 것은 자명한 상황. 이미 요시히로의 잠적(?)으로 이와 같은 움직임은 가시화 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춘추전국 시대에서의 패권은 격투팬들의 신망을 얻는 쪽이 쥐게 될 것이다. 금작의 상황에서 두 단체 모두 프라이드FC의 계승을 들고 나온 것은 예전의 프라이드FC의 세계 최고-최강-최대의 종합 격투스포츠 라는 타이틀을 물려받아 격투팬들의 인식을 점유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프라이드FC의 명성을 만들었던 근본적인 원인에 주목하지 않을수 없게된다. 프로 격투 스포츠의 꽃이라는 헤비급... 그중에서도 지구상 60억 인구중에 최강의 사나이로 꼽히는데 아무도 주저하지 않았던 격투황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의 행보가 한걸음 한걸음을 숨죽여 지켜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외신등을 통해 친히 황제의 간택을 받았던 M-1 MFC 쪽과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알려지자, 전세계 격투판은 조용해보지만 사실상 발칵 뒤집어졌다. 드림에서는 벌써부터 담당자를 파견하여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UFC쪽에서는 의도된 바인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랜디 커튜어에 이어 리델과 미어까지 연일 러브콜을 해대고 있는 형국이다.
프로스포츠의 정상급 선수이니 만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드림 쪽이 가능성이 여러모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량급부터 바람몰이를 통해 헤비급까지 완성시키고자 하는 마에다 아키라의 치밀함과 효도르와의 인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역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드림의 절반쯤은 프라이드FC에서 이어 왔다고 하니, 명분도 크게 빈약해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먼저 자리를 잡은 크로캅과의 상대적인 대우에 대해 효도르가 조금이라도 섭섭함을 느끼게 된다면 계약은 불가능하다.
프라이드FC 시절부터 크로캅이 효도르에 비해 엄청난 특혜(?)를 받았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최근의 효도르가 인터뷰 중, "크로캅은 주위에 손만 뻗으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 늘 부러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점잖은 품성의 효도르의 화법을 감안하면 엄청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었다. 호사가들이 먼저 나서 황제의 옹립에 걸맞는 대우를 주문하고 나설 정도니, 신빙성은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특히 센고쿠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아니다. 현재로서는 프라이드FC의 후예라는 적통의 명분을 제외하고는 자원이나 규모 등 모든면에서 황제를 옹립하기는 힘에 부쳐 보인다.
UFC 쪽은 현재로서는 가장 큰 무대라는 대의명분과 효도르에 어울릴만한 상대들이 즐비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로렌조 퍼티타의 막강한 자금력으로 프라이드FC를 통째로 사서 탈탈 털어 수준높은 재원들을 한차례 영입한 전력도 언뜻보면 무시할 수 없는데다가, 효도르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UFC 진출을 꽤 염두해 둔 증거들도 있다. 효도르는 프라이드FC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을때도 가장 자신있는 부분은 사실 '팔꿈치'라고 수차례 언급한바 있으며, 평소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잘 알려진 UFC행에 높은 점수를 주게 한다.
어떤 단체라고 해도 다른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효도르의 경우는 단체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마치 황제가 간택령을 내려 반려자를 찾는 형국처럼 보이는 것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어느 단체가 되든 효도르 옹립의 성은(?)을 입는데 성공하게 된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전세계 모든 격투 팬들과 격투가들의 시선을 확보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 격투팬을 입장에서는 어떤 단체에 소속되는 것 자체 보다는 그의 경기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종합격투 스포츠계의 힘의 축이 흔들리는 영향력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하루빨리 효도르를 링 위에서 만나기를 기다리기가 지겨우니, 황제 효도르의 성심이 어디로 쏠리게 될 것인가를 지켜보면서 기다려보는 것도 좋겠다. 어떤 단체가 되었든 하루 빨리 안정된 기반에서 팬들앞에 모습을 나타내기를... 앞으로 다시는 제발 말도안되는 수준이하의 얼치기 상대와 경기를 벌이는 촌극은 다시 없기만을 바란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