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상계, 즉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우리와 다르게 유교사상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이나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서 유교가 전래되어 문화의 기틀을 잡은 경위는 거의 유사하나, 발전의 양상은 매우 달랐다.

우리나라에게 유교는 말 그대로 지배적 사상이었던 것에 반해, 일본은 아무리 잘 봐줘봐야 '신도-불교-유교' 중에 하나일 뿐, 지배적인 사상은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생활규범이었전 '주자가례 [朱子家禮]' 처럼 지엄한 도덕율 같은 것도 없었다. 아무리 잘 봐줘봐야 '학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중국과 우리나라가 사람들의 정신은 물론 생활을 넘어서 운명까지도 좌우하는 유교의 위력을 감안할 때, 그럼 유교가 아니라면 사람들에게 규범이 되었던 도덕율은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칼럼니스트, 그것도 격투기 글이나 쓰는 주제를 모르고 유교사상과 도덕율 같인 이야기를 꺼내서 몸둘바를 모르겠으나,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거의 같은 경위로 전파된 일본의 경우만 이렇게 달랐다니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니노베 이나조著『사무라이』

니노베 이나조著『사무라이』

일본의 5천엔 화폐에 초상이 새겨져 있었던 일본 근대 최고의 지성인, 니노베 이나조는 "사무라이(생각의나무| 2004)"라는 책을 통해 '유교가 미약했던 일본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것은, 사무라이道'라고 주장한바 있다. 사무라이道가 무사 지배계층을 넘어서서 무사숭배의식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나조의 논리가 다소 비약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암울하게도 이런 사상적 설명은 후에 일본 군국주의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그치만 일본의 정신에 한 구석 깊은곳에 무사도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설명해주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사무라이道 즉, '무사도(武士道)'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나조는 사무라이 정신의 덕목으로 의(義), 용기(勇氣), 인(仁), 예(禮儀), 명예(名譽), 극기(克己)에다가 비장한 할복(割腹)까지 온갖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였지만... 단 한마디로 쉽게 정리하면 '수치스럽지 않기 위함'으로 정리 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위해 사족을 달자면,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의 마지막 장면 기억나시는지... 왜 그랬냐고 묻는 친구 상택의 질문에 준석(유오성 분)이 그렇게 대답한다. "쪽팔리니까...... 쪽팔리면 안되잖노?" 사무라이 정신이 험한 말이긴 하지만 바로 이런 뉘앙스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쪽팔리지 않기 위함'... 이게 바로 무사도의 핵심이다.

실제로 일본인들의 거의 모든 생활의 원리는 바로 이 '쪽팔리지 않기 위함'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꼬찔질이 유치원생부터 꼬부랑 할머니까지 수치스럽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다. 흔히 알려진 일본인들의 극도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습성도 따지고 보면 이런 원리이다. 일본의 공산품이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며 세계사에 길이남을 성장을 이루어낸 원동력도 바로 '쪽팔리지 않는 상품'을 만들어서 라는 설명이다.

최홍만이 사무라이 역할로 영화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갑자기 사무라이의 역할이 아니라, 사무라이의 무사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국내 팬들은 우선 국수주의적인 반일감정으로... 말그대로 감정적으로 반응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거기까지는 꺼내고 싶지도 않다.

최홍만 도깨비 분장 사진

이런 이미지...... 인가?

최홍만은 사무라이 역할로 출연한 영화는 기리야마 감독의 SF영화 ‘고에몽’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작년에 촬영을 이미 마쳤다고 한다. K-1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사이즈(?)인 최홍만이기에 여기저기서  영화 출연 섭외가 많이 들어온 모양이다. 그전에도 많은 역할을 제의 받았지만, 주로 '건달'역 이어서 정중히 사양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글쎄다... 최홍만이 서있는 링은 어찌보면 일본을 지배하는 사무라이 정신이 실제로 발현된 몇 안되는 곳 중에 하나이니, 연관관계가 크다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최홍만이 사양했다는 '건달'들도 준석이 처럼 '쪽팔리지 않기 위함'을 몸소실천한다면 사무라이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파이팅에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격투가 쪽이라면 사무라이 역할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최홍만이 밴너전에서 졸전을 펼치고 난 뒤, 격투로망은 '최홍만이 창피하다(클릭)'는 글을 쓴적이 있다. 최홍만이 대한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무조건 자랑스러워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 그의 파이팅을 보면서 최소한 '수치스럽지 않기만을' 바랑뿐이다. 랩을 하든 영화에 출연을 하든 그건 여기서 논할 사항은 아니다. 오히려 프로페셔널 스포츠 세계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것은 미덕이 아닌가?

그저 링 위에서 최소한 수치스럽지 않은 파이팅을 기대할 뿐 이다.

2007/12/31 - [센고쿠/ 프라이드FC 'Forever'] - 최홍만, 테이크다운 둘에 암바 하나...
2007/12/11 - 나는 최홍만이 창피하다.
2007/09/29 - 최홍만의 '로우블로-판정승'과 새로운 '급소가격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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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격투칼럼니스트 이정민/ 격투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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